본문 바로가기
읽는 기록/어른 책 읽기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계

by $시카고 머씬건$ 2021. 1. 29.
반응형

[에세이] 어린이라는 세게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 사계절

착한 어린이 출신 어른의 고백

업무에 참고하려고 고른 책이었다. 기대보다 좋아서 놀랐고, 나의 어린이에 대한 편견이 꽤 짙다는 것에 놀랐고, 나의 어린이 시절에 대해 떠올리다보니 울컥한 마음이 들어 또 한번 놀라게 했던 책이다.

자유로움, 천진난만함, 깨끗함, 착함, 맑음.

이 워딩들은 실은 어른이 보고 싶어하는 어린이의 모습이다. 나는 착한, 아니 착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아이였고, 착한 어른이 되었다(?). 결과는 참담하다. 겉으로는 평범하게 회사 잘 다니고, 소소한 취미를 갖은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나는 시시때때로 이유없이 헛구역질을 하고 나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며 인생은 원하는대로 살 수 없는것이라 단정짓는 사람이 된 것이다.

착하다는 말을 듣는 수많은 아이들은 자신의 욕망을 끝없이 억누르고 있을 것이다. 하고 싶은 마음, 놀고 싶은 마음, 나서고 싶은 마음, 말하고 싶은 마음까지 착하지 않다라는 선을 넘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조건부로 사랑이나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있는 그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고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끊임없이 눈치를 살피고, 나의 주장보다는 남에 맞춰가는 편을 선택했을 것이다.

저자 김소영님은 처음보는 어린이에게 기꺼이 존댓말을 건네며 상대를 존중해준다. 그 장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듯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그 대목에서 눈물이 나려는 걸 참았다. 나는 원하는대로 산 적은 없어도 비참하게 불행해본 적은 없었기에,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그걸 불평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순응해야 어른들에게 인정받고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작은 존중, 그 한마디가 나가 정말로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모든 어른들은 어린이 시절을 통과한다.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고 자각한건 몇년되지 않았다. 지금은 잊어 무의식에 있지만 내가 겪었을 어린이에 대한 어른의 재단, 존중없는 말씨를 반복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나는 일을 저질러도, 넘어지고 실수하고 덤벙거려도 괜찮은 시간을 온전히 잃어버리고 말았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그래도 괜찮을 수 있는, 그래도 다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