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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록/어른 책 읽기

[2020 베스트셀러]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by $시카고 머씬건$ 2020.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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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베스트셀러]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팬데믹: 여섯 개의 세계 / 김초엽 外 / 문학과 지성사

시기 적절한 앤솔로지의 등장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의 창궐, 2020년 한 해는 복잡다단한 해였다. 단 1년만에 전세계가 마비되고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미래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 전 세계적 유행 - 팬데믹 선언 이후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완전히 얼어붙은 디스토피아에서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미래를 상상으로 예측하는 도서들만큼이나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포인트가 맞춰졌는데, 픽션 그중 SF소설은 앞으로 펼쳐질 생활상을 그려내기에 적합한 장르였다.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이 흥행하고, 심너울, 김보영, 천선란, 정세랑 등 그간 상대적으로 절 주목 받던 위치에 있던 SF라는 장르가 수면위로 점프하는 계기가 된 한 해가 아닐까 싶다.

 

문학과 지성사는 시기적절한 기획으로 앤솔로지를 만들었다. 팬데믹, 그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여섯 명의 소설가에게 질문을 던진 것이다. 참여한 작가들의 면면이 훌륭하다. SF적이다, 장르적이다는 평을 받는 작가들은 어벤저스처럼 저마다의 세계를 그려낸다.

 

조금은 아쉬운 이야기들

*이 부분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고, 개인의 감상입니다.

 

집필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시즌 기획이어서 그런 것일까? 작가들 이름을 보고 진입한 기대감보다는 아쉬운 편이었다. 재미있었던 이야기 위주로 리뷰를 써볼까 한다. 가장 좋았던 이야기는 듀나 작가의 <죽은 고래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환경 변화로 세상이 달라진 후 인간 생존자들은 바다를 떠다니는 군체 속칭 고래위에서 살아가게 되는 세계를 그린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대목은 (이 워딩으로 쓴 건 아니지만) 인간이 지구에 가장 해로운 존재는 아닐까. 하는 부분이었다. 책을 읽으며 주위를 둘러보니 재택근무라고 밖에 못나간다는 이유로 이것저것 사들여 쌓여있는 쿠팡박스들과 배달음식 플라스틱 1회용기들을 보니 참... 이야기를 통해 에둘러서 환경이슈를 와닿게 하는 점이 참 좋았다.

 

올 여름부터 이미 진행중인 벌레/곤충의 역습을 그린 이종산 작가의 <벌레 폭풍>도 아쉬우면서(?) 좋았다. 소설을 읽을 때 너무 당연한 일상에서 어긋나는 한 지점을 보일 때 소름이 돋으며 전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 한 축으로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너무도 비일상적인 세팅된 시공간이 어쩌면 나의 삶과 닿아있을지도 모르는 핍진감을 느끼게 할 때 매력을 쏟아내는 작품이 있다. <벌레 폭풍>은 후자였고, IF의 재미를 한껏 끌어올렸다. 만약 내가 비행기를 타고 어디 가야할 때, 벌레때문에 결항된다면? 이라는 있을리 없는 가정은, 이대로 지구가 망가진다면 정말 결항될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더 나아가 그럴 수밖에 없는 장치들과 함께 증폭되며 그럴땐 어쩌지? 하면서 읽게 하는 서사의 힘이 있었다. 있을법한 이야기는 그래서 무섭고, 재밌는 것 같다.

 

한편 김초엽 작가의 소설은 느낌적인 느낌으로는 좋았지만, 더 큰 이야기를 축소한 느낌을 받았다. 남겨진 로봇들의 행성에 마지막 라이오니와의 에피소드는 다른 작품들에서 느낄 수 있는 뿌연 수채화풍의 아름다운 느낌이 좋았지만, 약간은 정돈이 덜된 느낌, 그와 더불어 로몬들의 세계관을 더 알고싶은 느낌이 공존하는 묘한 느낌이었다. 짧은 지면 안에서 이 세상에 없는 세계를 하나씩 독자들과 조각을 맞춰가는 동시에, 작품이 끝날즈음에는 납득을 할 수 있게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부디 밀려오는 청탁 속에서도 작가가 번아웃을 맞지 않고 좋은 작품 많이 내주었으면 좋겠다.

 

앤솔로지는 저마다 다른 세계를 가진 작가들이 같은 주제를 갖고도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잘 쓴다는 점에서 참 재미있다. 주제가 주는 제한안에서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가 되는 한편 이름을 믿고 들어와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있기 마련이다. 어쨌든 이 기획은 시기적절했고,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포인트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삶은? 우리의 근미래는?'에 대한 답변으로 어느 정도는 충족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올해 반짝하지 않고, 계속 읽히는 책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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