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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록/어른 책 읽기

[일본 공포소설] 즈우노메 인형

by $시카고 머씬건$ 2020.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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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포소설] 즈우노메 인형

즈우노메 인형 / 사와무리 이치 / 아르테

보기왕이 온다 그 이후

사와무라 이치의 작품은 두번째다. 좋아하는 배우 '쿠로키 하루'가 주연으로 나온다기에 무서움을 참고 공포영화를 보았더랬다. 그 영화의 제목은 '온다'였고 일본판 곡성 같은 느낌을 주었다. 어린시절 만난 (영화에서는 내용이 짤려서 설명이 안되는 이유로) 지역 원귀가 이유도 목적도 없이 평화로운 가족(은 아니었지만)을 박살내고 그 공포의 현장에서 영 능력자 자매가 악귀와 싸운다는 설정 자체가 재밌어서 <보기왕이 온다> 책도 사서 보았더랬다.

 

<보기왕이 온다>는 영화와 책이 각각의 색으로 빛나는 재미가 있었다. 특히 책에서는 약간 TMI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민속학 오컬트에 대한 밑밥과 장치들을 쌓아서 영화에서는 '그냥 갑자기 그렇게 되었습니다.'는 식의 엄습하는 공포가 아닌, 맥락있는 공포의 가능성을 남겨둔 점이 인상적이었다. 때문에 재미있는 소설 어디 없나... 생각하면서 알라딘을 뒤지다가 만난 후속작 <즈우노메 인형>은 안성맞춤의 선택이었다. 전자책 TTS 기능으로 후루룩 들어버린 이 책은 <보기왕이 온다>의 임팩트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회적 거리두기 초창기에 개봉되었던 <온다> 덕분에 영화관에서 혼자 공포영화를 보는 경험을 안겨주었다. 쿠로키 하루의 연기는 언제나 최고다. 이 영화에선 조연일줄 알고 내심 걱정하면서 보았는데, 큰 존재감을 발휘하면서 다양한 감정의 스펙트럼을 보여주었다.

 

즈우노메 인형이 당신을 찾아갑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서야 알라딘에 시리즈 명으로 써있는 '히가 자매'라는 부분을 보게되었다. <보기왕이 온다>에 나왔던 영 능력자 자매의 성이 히가였다는 걸 깨닫고는 소오름이 돋더라. 이 작품의 내용을 관통하는 영화는 '링'이다.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까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한 사다코, 요즘이야 비디오테이프를 모르는 아이들이 많겠지만, 비디오로 그 영상을 보고 녹화한다음에 다른 사람한테 안넘기면 우물가에서 사다코가 찾아간다는 이야기는 '일본 공포영화'는 이런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아이코닉했다. (물론 내 세대 영화는 아니지만 안본 나도 이정도 알정도니 당시 임팩트가 엄청났더랬다. 나는 굳이 분류하자면 착신아리 세대다.- 물론 이것도 무서워서 안봤는데 토시오의 그장면은 알기 떄문에 글을 쓰는 지금 막 으스스해진다 ㅠㅠ)

 

링을 인용하면서 즈우노메 인형의 도시전설을 깔아두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저주의 행방을 찾아가는 서사는 굉장히 재밌었다. 두 개의 이야기가 현재에서 딱 만나는 순간부터 각 시점의 인물들이 한 곳에 만나 전개가 빨라지는 대목부터는 수루룩 읽히더라. 링은 주의를 분산시키는 도구였고 참 그 결말로 향하는 과정은 중간에 한 두군데 읭?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대부분 납득할만한 이야기였다.

 

무엇이 사람을 공포스럽게 만드는가?를 많이 고민한 것 같은 작품이었다. 사람은 알지 못하는 것,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것, 그리고 같은 방법으로 앞서서 무기력하게 사라져간 사람이 있을 때 조여오는 타임 리밋에 큰 스트레스와 고통을 받는다. 물론 그 진상은 <보기왕이 온다> 느낌의 오컬트 오컬트한 느낌이었기에 어떤 사람들은 허무할 수도 있겠지만, 저주라는게 원래 무작위적이고, 무차별적인게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더 오싹하고,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히가 자매 시리즈가 또 나오면 바로 구매할 생각이다. 신작이 기다려지는 작가를 찾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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