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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록/어른 책 읽기

여러분의 탓이 아닙니다,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by $시카고 머씬건$ 2020.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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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탓이 아닙니다,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 / 사이토 사토루 / 심플라이프 / #죄책감버리기

 

1. 독립을 하면서 알게된 사실

 

어른이 되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독립을 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가족 간에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 말을 듣는다면 부모님은 서운하시겠지만, 나는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잘 기능해왔고 그간 잘 버텨왔다는 것을 혼자 공간을 쓰면서 늦되게 알게되었다.

부모님이 별거를 한지는 20년이 다 되어가고, 아빠의 부재로 엄마는 두 자식과 생계를 독박으로 뒤집어썼다. 계속된 가난은 엄마를 아프게 했고, 마지막 보루인 자식의 교육수준을 높이는 것 외에는 많은 것을 포기하셨다. 그 과정에서 나와 누나가 포기한 것들도 많았지만 당신의 잃어버린 20년보다 우리집에서 더 원통하고 고통스러운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웃으며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안락한 집이라기보다는 항상 돈때문에 날이 서있고, 모든 행동에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위한 차선을 생각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엄마는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한 가지를 놓쳤다. 바로 자식들의 감정이었다.

너는 남들 앞에서 말을 잘 못해.
너는 저능아야.
너는 굼뗘서 안 돼.
너는 느려터졌어.
너는 너무 소심해.

농담처럼 부정적인 말들은 집에서 숨쉬듯이 오간다. 나는 이 말들이 그저 친근함의 표시,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하는 말 정도로 생각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말들은 어떤 누구에게 해도 폭언이었다. 당신의 상황에서 긍정적인 말과 편안함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면서도 저주에 가까운 말을 언제나 들어왔다는 사실에 뒤늦게 원망스러웠다.

2. 내면의 어머니를 걷어내어라

 

<나는 왜 나에게만 가혹할까>는 일본 정신의학계의 권위자 사이토 사토루가 쓴 일종의 심리학에세이다. 7장 65개의 케이스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심리학적인 처방이 담겼다. 나의 사례말고도 다양한 상황을 짧고 쉽게 풀어주기에 마음이 아픈 사람이 찾아 읽기에 좋다.

인상적인 부분은 많았다. 아이는 크면서 내면의 어머니를 설정하는데 ~해야해, ~하지마와 같은 정언명령을 품는 것이다. 맹목적으로 지켜야하는 이 메시지는 우리를 대부분의 경우 갉아먹는다. 내 경우에는 위에 적어둔 폭언이 이에 해당한다. 부자들은 '나는 충분히 받을만한 사람이야!'라고 자기암시를 한다는데, 나의 암시는 스스로를 쓰레기로 만드는 주문이었으니 더 괴로웠을 게다.

허나 나를 이렇게 만든 부모를 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지나간건 지나간 일이고, 알게되었으면 앞으로 바꿔나가면 될 일이다. 내면의 부정적인 메시지를 걷어내고,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할 수 있는 품을 만들어야 한다. 나는 나 자신을 혐오해왔고, 이따금 잘하는 일들을 기준으로 ~하면 나는 인정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저자는 이러한 조건 없이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천재가 아니어도, 부자가 아니어도, 뭐라도 되지 않더라도 나는 그저 나 자신으로 사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나를 미워하는 일을 관두려 한다. 내가 갖고 있는 것에 집중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 편안해 하는 일을 알아가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 원진살을 걷어내고 나와 나 아닌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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