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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록/어린이 책 읽기

[초등 1~2학년 책] 마법사 똥맨

by $시카고 머씬건$ 2020.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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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1~2학년 책] 마법사 똥맨

마법사 똥맨 / 송언 / 창비

 

동수는 수업시간 5분 전 너무 배가 아파서 손을 든다. 선생님께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리고 똥을 누러 화장실에 간다. 그런데 아뿔싸 수업종이 쳤고 아이들은 학교 화장실에서 똥을 싸는 동수를 놀리려 문을 걷어차고 물까지 뿌리며 똥수라고 놀려댄다. 한순간에 똥수가 된 동수는 으앙 울어버리고 만다.

 

어린 시절 나의 초등학교도 비슷한 풍경이었던 것 같다. 화장실에 가서 대변을 보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고, 놀림의 대상이었다. 주인공 동수처럼 트라우마가 생기는 경험은 없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비슷하게 유지되는 문화(?)인 걸까. 한 학기 한 권 읽기 추천도서로 읽은 이 책은 내게 여러모로 용기를 주었다. 나는 동수와 같은 소심한 아이였고, 어쩌지... 어떡하지.. 하는 작은 마음들이 하나하나 공감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수의 짝 고귀남은 다르다. 어른들의 재단으로는 ADHD 진단을 받을지도 모르는 이 아이는 정말 강철멘탈이다. 선생님이 뭐라고 하든지 익살스러운 말과 행동으로 반의 분위기를 쥐락펴락한다. 결과는 늘 얼차려를 받거나 반성문을 쓰는 배드엔딩이지만 개의치않는다. 어느 장소건 자신의 페이스대로 놀이터처럼 만들어버린다.

 

고귀남은 사회 시간에 문화재를 설명하는 퀴즈를 내다가 갑자기 화장실에서 똥을 누는 시늉을 한다. 그러더니 너무도 당당하게 선생님께 말한다. "선생님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 "쌀 것 같아요." 같은 말을 부끄럼도 없이 턱턱 말해놓는다. 화장실을 다녀온 귀남을 선생님이 오늘부터 너의 별명은 똥맨이다! 라고 트라우마를 심어줄만한 언행을 해도, 개의치 않는다. 오케이. 똥맨하지뭐~ 하고 웃어 넘긴다.

 

모두가 똥맨이 될 수는 없지만

 

이 장면을 보면서 한 때 동수처럼 소심하게 전전긍긍하던 기분을 아는 나는, 이 장면에서 나도 똥맨이 부럽다고 말하는 동수의 마음을 100퍼센트 이해했다. 나도 저렇게 자신감있게 저질러보면 어땠을까. 나도 저렇게 뻔뻔하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고 말이다.(물론 저질러보지는 못했고 얌전하게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성향이라는 게 쉽게 변하는 것은 아닐 터. 내향적인 아이는 판을 깔아주고, 어떤 행동도 용서해준다해도 똥맨처럼 행동하지는 못할 것이다.

 

모두가 똥맨이 될 수는 없다. 다만, 똥맨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똥맨에게 배울 수는 있다. 나는 이 책이 '내향적인 아이보다는 마법사 똥맨처럼 외향적인 최고다.'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다만 동수가 짝인 똥맨의 영향을 받아서 이전에는 지레짐작으로 포기해버릴 일을,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아이로 변화하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행동과 생각의 변화도 친구로 인해 용기를 얻어 하지 않았던 것도 기꺼이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트라우마나 고난을 꼭 혼자 견디어 내야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렇지 못했기에 조금은 우울한 학교생활을 보냈지만, 요즘 아이들은 참 똑똑하다. 내가 부족하면 기꺼이 도움을 요청하고, 그 손을 잡아주며 스스로 만든 재앙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마법사 똥맨>은 기이한 아이의 광대짓, 익살스러운 코미디로 읽혀서는 안된다. 아주 작은 변화지만 동수는 해냈고, 아마 이야기가 끝난 다음의 뒷이야기에서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갔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동수들, 속끓이며 어떡하지 고민만 하는 아이들을 응원한다. 기꺼이 도움을 구하고, 그게 어렵다면 작은 한 발이라도 변화를 내딛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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