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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록/어린이 책 읽기

트랙을 벗어나 달리는 마음, <로지가 달리고 싶을 때>

by $시카고 머씬건$ 2020.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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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을 벗어나 달리는 마음, <로지가 달리고 싶을 때>

로지가 달리고 싶을 때 / 마리카 마이얄라 / 문학동네 / #나의선택

트랙을 벗어난 경주견

경기장에서 트랙을 따라 모형 토끼를 쫓는 경주견 로지. 달리는 일은 좋아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보내는 밤은 즐겁지 않다. 여느때처럼 경기에 나선 로지는 빠르게 달려 결승점에 가장 먼저 도착한다. 하지만 멈추지 않는다. 경기장을 훌쩍 뛰어넘어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간다. 녀석의 행선지는 없다. 그저 앞으로 달려갈 뿐이다.

 

로지는 계속해서 달려나가지만 많이 두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장은 로지에게 철창에 갇혀 보내는 무서운 밤을 만들지만 적어도 '주어진 일'인 달리기만 제대로 한다면 거처와 식사를 제공하는 안락한 공간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실 한 발자국만 떨어져서 본다면 로지가 그곳에 있는 게 좋을 지 아닐지는 판단이 선다. 허나 속해있을 때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지금 이 곳은 불편하지만 익숙하고 밖은 불확실할 때 쉬이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로지처럼 트랙을 벗어나 부딪혀봐야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동앗줄을 잡을 수 있다

남 일 같지 않은 처지였다. 전에 다니던 직장은 나름대로 업계에서 인지도가 있는 회사였고 월급도 나쁘지 않았다.(다만 업계 연봉이 낮을뿐...)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하루하루 괴로웠다. 여차여차한 사건으로 더는 다닐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조금씩 몸과 정신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로지처럼 쉽게 회사 벽을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12월에 나올지도 모르는 보너스를 생각하며 버텨보았다. 마음을 정리하겠노라 선언하며 훌쩍 해외여행도 며칠 다녀와보고 대안을 찾아보겠노라며 잡코리아를 매일 들락거리면서도 '그래 여기만한 데가 또 어딨겠나.'하면서 고민만 할 뿐이었다.

 

이젠 다 필요 없다. 월급도 보너스도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싶은 순간이 왔을 때 사표를 던졌다. 임원과 3시간짜리가 면담을 했고 영양가 있는 내용은 아니었다. 지금 나가봐야 회사들이 사람 뽑지도 않는다. 우리 회사도 사람 뽑기 어렵다. 푸념처럼 자신을 이해해달라는 듯 던진 그 사람의 말은 내게는 압박으로 돌아왔다. 밖은 지옥이다라고 말하는 듯 했다. 하지만 바깥은 지옥이 아니었다. 사직서 제출하고 2주만에 나는 새 직장을 구했으니까. 하늘에서 동앗줄이 내려와도 내가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만 잡을 수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로지가 달리고 싶을 때>에는 명분도 목적도 이유도 설명되지 않지만, 그저 달리는 로지를 보며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로지가 경기장을 뛰어넘어 달렸기 때문에, 바다를 건너 계단을 지나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거침없이 뛰어들었기 때문에 로지의 세계는 더더욱 넓어졌을 것이다. 힘든 시기, 미래가 두려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일단 달리다보면 어디로든 나아갈 수 있으니까. 당신이 선택할 수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스스로 선택을 하는 모든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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