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하는 마음을 곱씹으며, <미움>
미워하는 마음을 곱씹으며
무탈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는 성격 덕에 여태까지 적 한 명 만들지 않고 살아왔던 것 같다. 화가 나도 으레 먼저 사과하고, 피곤해지기 전에 먼저 화해를 청하니 앙금은 남았어도 은근슬쩍 표면적인 관계는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에서 미움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겉으로는 미워하는 티를 내지 않아도, 마음 속에서는 그를 수만 번 욕하고 비난하고 때리고 죽이기를 반복했다. 미움은 잦아들지 않았고 (웬만하면 적당히 넘어갔지만) 그 미움의 한계치를 넘어선 몇몇 인물은 내 인생에게 지워버렸다. <미움>에는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라는 소리를 친구에게 들은 주인공이 나온다. 말넘심 상황에서 주인공은 놀 때도 밥 먹을 때도 자기 전에도 꿈에서도 말넘심 모먼트를 되새긴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하나 없다.
비단 아이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움'의 감정이 생기는 순간, 우리는 그 괴로운 순간을 곱씹고 되뇌면서 더 괴로워진다. 해결도 되지 않을 것을 붙잡고 한도 끝도 없이 그 감정에 침전된다. 책에서는 상처가 자연히 낫듯이 가만히 기다리면 마음도 나아질까? 생각하는데, 이 말도 맞는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상처가 치유되는 속도가 늦어지고, 미움과 노여운 마음이 풀리는 시간이 더 길어지니까.
용서라는 말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미워하며 스스로에게도 괴로운 시간보다는 빠르게 용서하고 다음으로, 다시 좋은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나아가는 게 어쩌면 나에겐 이로울지도 모르겠다. 미움에 관해 깊은 통찰을 주는 책 <미움>한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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