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없다,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
#언젠가 하고 말 거야!
하지 못하고 유예한 시간이 많았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자신이 없어서 나는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았고 '언젠가' 상황이 나아지면, 여유가 생기면, 기회가 되면 해야지 마음먹은 일들을 마음 한 구석에 쌓아 놓곤 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제대를 하고 다시 입사를 하고 독립을 하고 나서도 한 번 미뤘던 '언젠가'는 돌아오지 않았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여유도 생기지 않았으며, 기회는 가만히 있는 내게 오지 않았다. 다만 그때 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만 상념처럼 남아서 우울감만 쌓여갔다.
내게는 글쓰기가 그런 것들 중 하나였다. 시작은 단순했다. 돈이 들지 않는 취미, 장비가 필요 없는 취미,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취미. 그래서 시작한 것이었고 덕분에 무색무취하던 나의 인생에 조금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뒤늦게 책을 읽기 시작했고, 책을 읽다 보니 친구들과 팟캐스트 프로젝트를 하게 되고, 도서전을 찾아다니게 되고 하다 보니 돌고 돌아 책을 파는 사람이 되었다.
출판사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사실 '글쓰기' 때문이다. 글로 먹고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한다면 나도 조금은 '글 쓰는 사람'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한 면접 자리에서 어떤 본부장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직원 뽑는 것이지. 예술가를 뽑지 않아요."
당시에 예술을 하진 않았지만 면접 때 몹시 떨어서 어버버 하다가 탈락을 했다. 하지만 그 말만은 가슴에 남았다. 나는 '글 쓰는 자아'는 잠시 내려두고 직원의 마인드셋으로 다른 회사 면접을 몇 번 더 보고 나서 취직을 했다. 그리고 다짐했더랬다. 우선 일을 잘 배우고 나서 언젠가 시간이 되면 퇴근 후에 글쓰기를 하자고. 그 언젠가는 입사 후 3년간 계속해서 미뤄졌고 이대로라면 50살이 되어서도 계속 미루게 될 것이었다.
오늘의 한 줄들
이 책을 읽는 오늘이 당신의 남은 삶을 시작하는 첫 날이 되었으면 한다.(p12)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를 위에서부터 써보라. (...) 다음으로는 매주 어떤 일에 주로 시간을 쓰고 있는지 적어보자.(p35)
새로운 시작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 당신이 움직여야만 한다.(p272)
# 바로 오늘부터 시작하자!
작가는 언젠가 시간이 되면 국립공원을 모두 가보겠다고 마음먹었던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꺼낸다. 은퇴 후 그에게는 비로소 시간이 생겼고 애석하게도 건강에 문제가 생겨 그 꿈은 이룰 수 없게 된다. 작가는 말한다. 지금을 소중히 하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시간을 써야 한다고.
언젠가로 미루는 삶의 끝에는 '하지 못해서 아쉽다.'만 남을 뿐이다. 남의 눈치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 때문에,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뒷전에 뒤고 해야 하는 일에 매진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에 평생 닿지 못할 수도 있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어딘가 인생이 꼬였다 생각이 들던 몇 달 전을 떠올렸다.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 같은데 제자리, 아니 뒤로 자꾸만 밀려나는 것 같은 삶 속에서 나는 판단을 유보했다. 오늘은 지쳤으니 내일 생각하자. 언젠가 좋은 시간이 올 것이니 견뎌보자. 생각만 했고 상황은 악화되었더랬다. '언젠가'로 미뤄둔 비전이 오늘의 to do list를 쳐내는 일에 묻히자 사는 의미가 없어지더라.
여차하여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그것을 잘 잡아 이직을 하면서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휴유증은 남지만 기회가 왔을 때 즉시 준비를 해서 움직였기에 새로운 곳에 갈 수 있었고, 행동력의 필요성을 느낀 경험이었다. 오늘을 바꾸는 것은 결국 나의 몫이고 그 누구도 나를 대신해주지 않는다. 언젠가로 미루지 않고 다만 지금 내가 무엇을 하는 것이 나에게 좋은가만 생각하며 조금 이기적일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닫는 계기였다.
# 우선순위 작성하기
내가 나를 놓은 기간이 길어지자 우선 순위가 사라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집에 버리지 않는 쓰레기는 쌓여가고 설거지는 밀리며 자기 관리도 포기한 채 배달음식에 탄산이 매일인 인생이 되어있더라. 그것이 내가 바라는 삶이었느냐면 결코 아니다. 그것이 이쪽 직무를 선택한 이유라면 그것도 아니다.
다만 글을 쓰는 것이 좋아서, 언젠가 내 이름으로 출간되는 소설집을 내고 싶어서, 글을 다루는 사람 근처에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라는 순수한 목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에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5개와 실제로 가장 많이 시간을 쓰는 일 5개를 적으라는 페이지가 있다. 나도 노트에 따로 적어보았다. 중요한 가치 1순위는 없었고, 2순위도 없었으며 3순위에 가서야 꿈이라는 글자를 적을 수 있었다. 4순위에는 돈, 5순위에는 평화라고 적고 마음이 씁쓸했다. 가장 많이 쓰는 시간은 유튜브 보기, 게임하기, 웹 서핑하기였다. 불현듯 이대로 인생을 낭비하기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고, 나는 종이와 펜을 들고 집 근처 카페로 나섰다.
일단 아무런 말이나 적어 내려갔다. 생각나는 것, 쓰고 싶은 말, 상상, 잡생각까지 2시간을 내리 썼다. 지나온 3년의 시간동안 나의 글쓰기는 정체되어 있었고 오히려 퇴보했다. 업무를 하며 책을 많이 읽다 보니 머리를 굵어져 나의 글 솜씨가 보잘것없다는 것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일단 스타트를 끊었으니 꾸준히만 한다면 언젠가는 닿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오늘부터 딱 1년, 이기적으로 살기로 했다>는 말만큼이나 이기적이거나 막나가지 않는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목표, 가치에 집중하는 법을 여러 사례와 작가의 진솔한 말로 풀어낸다. 때문에 남의 잘난 성공 사례를 본다기보다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언젠가'로 미루던 마음속 목표를 오늘로 끌어내게 한다. 퇴근 후에는 또 카페를 가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집에 돌아올 것이다. 움직여야 시작이 오고 기회가 오듯, 씨앗을 뿌려 갈 것이다.
* 같이 읽으면 좋을 책
- <딱 1년만, 나만 생각할게요>: 한 달에 한 권 자기계발서만 믿고 살아보기. 1년만 남들 시선을 벗어나 살아보자.
- <시작의 기술>: 당신의 의지를 좀먹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일단 시작하라.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습관은 세팅이다. 아주 사소한 성취부터 시작하여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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