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게 공명하는 이수의 세계, <소중한 사람에게>
내가 사랑하는 작가 전이수
SBS 영재 발굴단에서 처음 알게 된 작가 전이수는 경이로웠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가 어떻게 저런 깊은 생각을 하지? 어떻게 저렇게 멋진 색감을 구현하지? 어떻게 스스로 빛이 나는 걸까? 이수는 영재 발굴단에 등장하는 동 나이대에 비해 기술적으로 뛰어난 아이라기보다는 '예술가'에 가까웠다. 나는 그의 따뜻한 마음씨와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에 홀려버렸고 <꼬마 악어 타코>, <걸어가는 늑대들>, <새로운 가족>,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를 거쳐 다섯 번째 책까지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전이수라는 작가를 사랑하고 앞으로 그가 내는 모든 책을 사야겠다고, 새 작품을 읽을 때마다 결심한다. 그리고 다섯번 째 책 역시 나의 결심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수는 증명해주었다. 그림으로, 글로, 편지로, 마음으로 어떤 방식으로도 이수의 메시지는 선명하고 깊은 울림을 남긴다. 나는 이 책을 강력 추천하는 동시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전이수 작가의 전작도 모두 살펴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생각이 많은 아이, 어른스럽다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생각을 많이 한 날, 머리가 아프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을 중지시키려고 했으나
생각은 나보다 앞서서 걷고 있다.
그래서 나는 마냥 걸었다.
내 몸이, 내 마음이 가벼워지고 있음을 알았다.
생각의 무게는 무척 무거운가 보다.
- <생각을 걷고 나는 걷고> 中
<소중한 사람에게>가 전작들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눈에 띄게 늘어난 줄글이다. 이 책은 일종의 에세이집으로 이수가 그린 그림들과 짧은 산문이 배치되어있다. 그림과 글은 연관이 있으면서도 그림을 설명하기 위해 쓰이지는 않았다. 다만 이수의 어느 순간을, 생각의 흔적들을 포착했고 글에서는 '어른스러움'이 느껴진다.
단어수가 부족하여 '어른스럽다'라고 말하였지만 나를 포함하여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이수가 그리는 세계는 '어른'의 편협한 굴레 그 이상의 광활한 세상이다. 이수의 작품에는 나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 이를테면 가족, 동물, 세상 그 어떤 것의 공존이 그려진다. 그렇기에 가족의 에피소드, 소중한 것에 대한 이야기, 더 나아가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함께'의 가치를 표현해낸다.
그가 생각이 많아 머리가 아픈 까닭은 어른들이 만든 세상은 점점 '함께'의 가치를 저버리는 비탄의 세계가 되어가기에, 가치를 지키며 사는, 앞으로 지켜가고자 하는 아이들이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이수의 시선은 많은 작품에서 아프거나 힘든 이들에게 닿는데 진심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동화하는 일련의 과정들은 너무 당연하지만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든다.
나는 앞으로 나올 전이수 작가의 작품을 기대한다. 지금처럼 자유롭게 이수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하고, 생각의 틀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른스럽다'거나 '아이답다'같은 하잘것없는 표현으로 이 대단한 작가를, 앞으로가 더더욱 기대되는 무궁무진한 세계를 품은 작가를 가두지 않았으면 한다. 꼭 사서 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렸으면 좋겠는 책. 앞으로 나올 책들을 위해 기꺼이 책장 한켠을 비워놓고 기다릴 작가. 전이수 신작 <소중한 사람에게>를 세상 사람들이 많이 많이 사서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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