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가고 싶은 마음, <당근 유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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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고 싶은 마음
너무 익숙해서 잃어버린 마음일까. 어느 순간부터 "회사 가기 싫어."라는 말을 습관처럼 되뇐다. 그런데 이런 사람이 나 뿐만이 아닌 것 같다. 주변 친구들도, SNS의 인친들도, 인터넷에서 마주한 익명의 유저들도 학교를 학원을 회사를 가기 싫다고들 한다. 꼰대처럼 네가 처음 시작했을 때 마음을 되새기라고 하고 싶진 않다. 다만 언젠가 있었던 나의 '가고 싶은 마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2. 나는 선생님이랑 결혼할거야!
귀여움이 폭발해서 어찌하지 못하겠는 이 그림책을 읽다가 나는 눈물이 나오려 했다. 새로 전학(?)온 빨간 아이는 유치원이 재미 없고, 가고 싶지 않다고 떼를 쓰기도 한다. 투덜거리며 말썽을 부리는 그 아이의 마음이 너무 이해되어서, 새로운 환경에서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겉도는 느낌이 드는 공기가 외로워서 그곳은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된다.
곰 선생님의 배려와 칭찬으로 아이는 당근 유치원의 바운더리 안에 포섭되고 점차 선생님을, 유치원을 좋아하게 된다. 더 잘 보이고 싶어 멋진 옷을 고르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눠주고 싶은 그 마음이 애틋하고 귀여워서 책 중간 중간에서 쉬어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선생님이랑 결혼하겠다는 대목은 정말 최고다. 금방 잊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아이는 훌쩍 크겠지만 그 나이, 그 시간, 그 공간에서 아이는 더 머물고 싶고 계속 좋아함을 유지하고 싶었을 게다.
3. 사라진 마음들에 대하여
가고 싶은 마음은 좋아하는 것, 내일이 기대되는 것에 대한 마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반복되는 일상ㆍ견뎌야 하는 시간들ㆍ계약으로 엮인 조건부 관계ㆍ부담감은 가고싶은 마음을 방해하는 것 같다. 이제는 사라진 그 마음들을 되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평일도, 9 to 6도 나의 인생의 시간이기에 다시 새로이 꾸려야할 것 같다. 아마 그때의 마음들도 그 순간 생겨난 것일 것이니까.
지금을 감각하고 기꺼이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놓치고 있었다. 미래를 위해, 다가올 마감일을 위해, 내야할 공과금을 내기위해 하루하루를 소진하고 있었다. <당근 유치원>의 저자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다른 의미로 삶을 되돌아 보게한 책이었다. 성찰하지 않고 귀여움만으로도 충분히 당근당근한 책이기에 다들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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