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에 대처하는 자세,
<마음 약한 고슴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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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상에 넘치는 훈수들을 견디며
어린이들은 살면서 수많은 사람의 말을 듣게될 것이다. 대개는 부모, 선생님, 이웃, 친척과 같은 어른들의 말들일테고 십중팔구 '너 잘 되라고'하는 이야기가 대부분일 것이다. 나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앓는 아이였고, 어른 말은 맞는 것 반드시 하는 게 맞는 것이라는 가치관을 지키는 어린이였더랬다.
이제는 어른이 되어 나도 모르게 '너 잘 되라고 하는 말'을 사촌동생들에게 하는 포지션이 되었지만 그래도 경계하는 부분이 있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너에게 있단다. 라는 말을 꼭 덧붙인다는 점 말이다. 대개의 어린이ㆍ청소년은 주변의 어른들로부터 경제적인 채무가 있다. 그들은 직접 액수로 환산하여 채무를 상환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지만 정신적으로 압박을, 때로는 스케쥴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장악을 한다.
이 지배아닌 지배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선택권을 포기하는 데 익숙하다. 자기통제권을 부모가 장악한 아이들은 불행하다. 끊임없는 부모의 요구를 맞추는 동시에 자신의 쓸모를 증명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가 나였고, 그렇기에 이 책의 고슴도치를 응원했더랬다.
2. 고슴도치야 너가 하고싶은대로 해!
<마음 약한 고슴도치>는 블랙베리가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기쁜 마음으로 딴다.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한다. 까마귀, 부엉이, 족제비 같은 제3자들이 고슴도치의 행동에 훈수를 두기 때문이다.
크고 아름다운 블랙베리의 사진을 찍어라, 쥬스로 만들어 먹어라, 뭉개지니 굴려서 가져가라 등등
마음 약한 고슴도치는 그들의 조언을 받아들이지만 모두를 만족시킬수 없었고, 짧은 시간 노이로제가 걸려 다음 동물은 내게 뭐라고 충고할지 걱정부터 한다. 허나 마지막에 만난 오리는 블랙베리와 고슴도치에 대해 충조평판(충고ㆍ조언ㆍ평가ㆍ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멋지다는 칭찬을 한다. 그제야 고슴도치는 웃으며 같이 먹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나보다 많이 살고, 시야가 넓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나의 상황을 백퍼센트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자신의 경험과 가치관에 비추어 본인이 정답이라 생각하는 방법을 내놓을 뿐이다. 옳고 그름은 있을 수 있어도 사는데 정답은 없다. 다만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내가 지는 것이기에 훈수를 두는 사람들의 의견은 필요한 것만 건지고 걸러내야 한다.
내가 그러하지 못하였기에, 미래에 어른이될 어린이들은 건강하게 스스로의 기준을 갖고 선택하는 주체성을 길러가면 좋겠다. 앞으로 조언을 가장한 목적있는 훈수들을 피할 수 없는 친구들이 꼭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선택을 하길 바란다. 남 눈치보고 그들에게 맞춰 선택을 해도 그 행동에 대한 책임은 여러분에게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하고싶은대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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