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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록/어른 책 읽기

죽음을 생각하는 마음, <좀비들>

by $시카고 머씬건$ 2020.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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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생각하는 마음, <좀비들>

좀비들 / 김중혁 / 창비


죽음을 기억하는 방식에 대해

한 사람이 죽는다. 그는 죽은 후의 자신의 삶을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다. 다만 죽음 이후는 남은 자의 몫이다. 생전 그와의 시간을 기억하는 일, 되새기며 가슴의 남기며 추억하는 일은 죽은 사람을 살아있게 만든다.

<좀비들>은 작가의 말에 쓰인대로, 좀비의 이야기가 아닌 잊고 있던 기억들과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죽었지만 죽지 못한 자들과 연관된 비즈니스(?)는 신선했고, 죽음을 대하는 윤리와 남은자들의 마음이 짙게 스며드는 이야기였다.

안테나 신호를 체크하는 채지훈이 형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알게된 가수 스톤플라워, 친구가 된 뚱보130과 함께 스톤플라워를 듣다가 2집이 궁금해져 찾아간 고리오 마을의 홍혜정, 고리오 마을의 이상한 마을 풍습...

이 책으로 김중혁 작가를 처음 입문했는데, 작은 연결고리들을 이어 빠른 속도로 독자를 먼곳으로 인도하는 서술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정신차려보니 좀비와 지훈이 대치하고 있는 것을 읽고 있다는 걸 자각했을 때는 김영하의 <퀴즈쇼>를 처음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아. 나는 말 잘하는 아저씨한테 낚였구나 싶은.


말 잘하는 아저씨 농담의 늪


김영하, 김중혁, 천명관, 김탁환 작가 같은 말빨이 센 아저씨 농담은 중독성이 깊다(?). 이들의 작품은 두껍지만 페이지터너의 면모를 보이며 후루룩 읽히는데 어쩌면 2000년대 중후반, 2010년대 초반까지 주름잡던 메타 같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포지셔닝을 하겠지만 김중혁 작가가 잡은 위치는 '커트 보니것'정도 되어보였다. 어떤 주제도 쉽게 읽히지만 뼈가 있는 문장들과 함께 풀어내는 멋진 이야기꾼 말이다. 특히 쉴새없이 터지는 농담들과 드립, 꽤 많은 페이지 할당된 대화의 티키타카(2인부터 4~5인까지 엉키지 않고 대화를 풀어낸다.)는 내가 좋아하는 부분들이었다.

다만 과도한 대화(?)와 낄때 안낄때 구분없이 들어오는 투머치 농담이 서사의 몰입을 방해했는데 10년전 작품인지라 평가하기가 애매하다(그때는 먹혔을 메타일지도 모르니까!) 이는 최근작을 읽어보면서 다시 판단해봐야겠다.

유쾌하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묘하고 재밌는 이야기였다. 좀비물을 생각했다면 엄청 실망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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