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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록/어른 책 읽기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리는 전생과 현생의 길, <기억1>

by $시카고 머씬건$ 2020.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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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리는 전생과 현생의 길, <기억1>

기억 1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 #전생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은 계속되고


<기억1>을 끝까지 읽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답다.는 것이었다. 1권 기준으로 최근에 출간된 <잠>, <고양이>, <죽음>보다 재밌었다. 이번 작품에도 방대한 자료 조사의 레퍼런스를 설명해주는 '므네모스'라는 파트가 등장하고, 동양의 영적이고 신비로운 것에 대한 동경도 마찬가지로 등장하나, 이제는 베르베르 장르의 특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작에 비해 좋았던 건 설명이나 역사에 대한 자료 제공이 상대적으로 적고, 이야기 전개가 빠르다는 점이 었다. 몰입감이 넘치는 도입부부터 1권 끝까지의 속도감은 돋보인다.(이번에는 2권 끝에 힘이 빠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ㅠ) 특유의 궤변같으면서도 납득은 가는 논리와 상상도 여전했고, 매년 책을 내는 성실함도 여전해서 좋았다.

우리의 생은 사실 수많은 전생의 누적값


역사 교사인 르네는 동료인 클로이와 함께 퇴행 최면 공연 '판도라의 상자'를 보러 간다. 최면사 오팔의 지목을 받아 전생 체험을 하게된 르네는 제1차세계대전 독일군과 싸우던 병사의 모습을 만난다. 그는 최면을 마치고 자신의 몸안에 전생 속 병사의 호전적인 잠재의식이 들어왔음을 인지한다.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돈을 빼앗으려던 노숙자를 죽이게 되고, 시체를 유기한 르네는 자신의 공격성은 퇴행 최면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오팔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에게서 AS 최면(?)을 받으며 112번째 환생인 르네는 1번째의 전생 아틀란티스인 게브와 마주하게 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작중인물의 입을 통해 우리의 현재는 '지나온 전생들이 겹쳐 있는 라자냐'같은 것이라고 표현한다. 오늘은 내가 쌓아온 하루들이 모여 만든 것이고, 앞으로의 미래도 오늘이라는 과정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인생의 맥락과 과정을 전생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전생에서의 과거가 반영되어, 그러한 경험들의 누적으로 현재의 행동이 발현된다는 것은 재밌는 발상이었다. 모든 일은 우리가 수차례 다른 세계에서 이미 경험한 일이고, 반복되거나 반영된다는 개념은 모든 것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운명론적인 내용으로 퉁쳐질 수도 있지만 <기억1>에서는 그렇게 나이브 하게 풀지는 않는다.

약간은 파괴적인(?) 방법으로, 정면돌파를 한다. 전생의 인물들과 딜을 하며 그들의 힘을 빌려 내안의 나들과 함께 위기를 타파하는 신박한 방법을 사용한다.

멀리가지만 방향 잡기 어려운 이야기


재밌는 설정과 속도감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개연성이 아닐까 싶다. 최면으로 전생을 체험한 주인공이 갑자기 살인사건에 휘말리고, 아틀란티스인을 최면으로 만난 후엔 그것에 꽂혀 일상이 망가지는 명분없는 전개는 그렇기에 예상밖의 이야기로 독자들을 이끌며 시작점으로부터 먼 상상력의 세계로 나아가게 하지만, 방향도 이유도 모른채 따라가는 독자들 입장에선 읭?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부분이 몇 부분 있었다.

아직 절반까지 온 것이고, <기억2>에서 떡밥 회수와 실마리를 풀어낼지도 모르니 이에 대한 평가는 잠시 보류하고 마저 읽어야겠다. 1권까지 정말 재미있게 읽은 책 <기억1>. 조만간 2권 후기로 이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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