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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기록/어른 책 읽기

마음을 받아들이는 마음,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by $시카고 머씬건$ 2020.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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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받아들이는 마음,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 / 구작가 / 위즈덤하우스 / #마음

 

가두는 마음도 여는 마음도 나의 몫


구작가의 에세이에는 특별한 무엇이 있다. 귀여운 베니와 함께한다는 점도 특징적이지만 그보다도 그의 길지 않은 글에서 멈칫하게 된다. 따뜻하면서도 단단하고, 여리면서도 당당하고, 위로를 주는 동시에 건강한 비유하자면 뿌리가 튼튼한 나무 같은 느낌을 받는다.

<거기에 가면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는 구작가가 청각장애와 함께 찾아온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으며 시야가 더 좁아지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세계 여행을 다니며 쓴 에세이를 모았다. 파리, 블라디보스토크, 핀란드 산타마을, 방콕, 왓포 사원, 평창 등 다양한 곳을 다니며 만난 사람들, 사건들, 인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읽는 내내 든 생각은, '마음은 내가 결정한다.'는 것이였다. 마음에 빗장을 치는 것도, 기꺼이 마음을 여는 것도 나의 선택에 달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작가가 처한 신체적인 핸디캡은 사람을 좌절시키고, 책에는 쓰지 않았을 많은 편견과 불편 속에 그를 위치시켰을 지도 모른다. 허나 구작가는 마음을 열고 받아들인다.

기꺼이 타인을, 배려의 마음을, 불편을 온몸으로 견딘다. 그렇기에 그는 버킷리스트를 이루고 많은 여행지를 홀로 부딪히며 탐방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돌이켜보면 나는 나를 제한했다. 타인의 마음도 배려도 받고 싶지않았고, 남에게 베풀지도 않기를 바랐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싶지도 받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거기에 갔을 때만 보이는 것들


책의 제목처럼 여행지든 사람과의 관계든 직접 '거기'에 닿았을 때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사람과 만나며 생기는 작은 접점들은 하나의 사건이 된다. 이는 장소나 시간을 기억하는 에피소드로 우리에게 저장되거나, 어떤 단어를 연상할 때 단박에 무의식에서 건져올리기 좋은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사건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고 그자리에만 있다면 변화는 없다. 구작가의 글이 뿌리깊은 나무 같다는 표현은 '끊임없이 부딪치기' 때문은 아닐까? 나와 그가 감각하는 세상의 크기가 다른 이유는 이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에게도 두려움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를 기꺼이 감수하고 직접 '거기'에 닿아보고, 경험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기에 그는 더 멀리 갈 수 있고, 마음을 나누고 전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그의 따뜻한 시선이 세상에 널리 닿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 또한 그처럼 용기를 내어 멀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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