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요즘 읽어볼 만한 책 있나요?라고 물어보면 다섯에 셋은 <화이트 호스> 그중에서도 '음복'을 꼭 읽어보라는 얘기를 해서 책을 구매해 반쯤 읽어보았다. 단편들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긴장감, 일상에 만연하지만 묵인되는 폭력들과 미묘한 감정선들 그의 글은 단단한 느낌이었다.
작가들의 등단 연도를 보다가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독자인 나는 처음 발견한 멋진 작가가 사실은 6~8년 차의 베테랑인 경우가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단행본을 출간하거나, 현대문학상/만해문학상/젊은작가상 등 굵직한 상들에 이름을 자주 올리며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경우가 아니라면 등단 후에 활동 여부와 그 활동의 평가에 따라 소설가의 운명은 좌우되는 느낌도 든다. 강화길 작가는 데뷔 시기는 몰라도 '테이크아웃 시리즈' <우리는 사랑했다>로 읽은 적이 있어 낯선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그는 어떻게 데뷔했을까? 어떤 방식으로 소설가가 되었을까 말이다. 경향신문 2012년 신춘문예 등단자이기에 기록이 남아 있었다.
강화길 : 저 역시 고교 때부터 ‘백일장 키드’였다. 대학(전북대 국문과) 수업은 창작과 별로 관련이 없어서 혼자 쓰다가 합평 동아리에 들어가서 활동했다. 4학년 때 진로 결정을 앞두고 제대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간 휴학하고 혼자 썼다. 막연했던 글쓰기가 집에 있으면서 구체적으로 변하게 됐다. 대학원(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에 들어가면서 본격 습작이 시작됐다. 서사창작과라고 하면 글쓰기 기술을 가르친다고 오해하는데 학부 때처럼 혼자 쓰는 게 중요했다. 그걸 알고 나니까 더욱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문학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대화하는 게 좋았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문창과와 국문과의 방향성이다. 작가도 인터뷰에서 밝혔듯 국어국문학과는 '국어학'과 '국문학'을 배워 전공이 나뉘고 '문학'전공에서도 신라시대 향가, 조선시대 시조 같은 것을 다루는 고전 문학, 이광수-이인직부터 시작해서 주로 옛날 작품들을 배우는 현대 문학을 '연구'하는 방법을 배운다. 창작만을 생각하고 국문과를 진학한다면 실망했을 테다.
백일장 키드 -> 문창과/국문과 -> 합평 동아리 -> 대학원 -> 경향 신춘문예 등단 테크를 밟아 온 그의 행적은 정석적인(?) 느낌이었다. 교육 기관과 제도를 거치며 그의 글에서 느껴지는 단단함이 형성되었을 게다. 허나 이 단단함이 이러한 단계를 거친다고 당연하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가 인터뷰에서 한 말, '혼자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소속이 되어 있다고 내가 그곳의 다른 사람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재수 시절에는 인터넷 강의가 유행이었다. 언어는 00선생님, 수리는 00 선생님... 하면서 선생들을 줄 세우고 추종하는 수험생 무리가 있었는데 그때 내가 했던 생각은 이랬다. '그 선생님의 강의를 듣는다고 그 선생님처럼 문제를 풀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의 것을 내가 얼마나 소화하느냐의 차이지.' 인강을 추가로 구매할 여력이 없어서 했던 합리화였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의 교훈(?)을 얻은 모먼트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백일장 키드 - 문창과/국문과 - 합평 동아리 - 대학원을 간다고 뿅 하고 소설가가 되는 건 아니다. 그가 짚어준대로 중요한 건 혼자 쓰는 시간을 많이 확보하고, 작품에 대해 고민하며 고치고, 또 문학을 진지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습작이 쌓여가다 보면 데뷔도 하게 되고(물론 소수만), 더 나아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멋진 작품을 내는 게 아닐까.
오늘도 소설가가 되는 법을 정리해본다.
소설가가 되는 법
1. 혼자 쓰기: 어디에 소속되든 상관 없다. 중요한 건 내가 얼마나 혼자서 글을 쓰느냐
: 가끔 나도 착각할 때가 있다. 한 글자도 쓰지 않으면서 괜히 우쭐한 그런 기분. 그런 것을 걷어내고 우직하게 혼자 쓰자.
2. 쓰는 사람들 사이에 위치하기: 합평 동아리, 대학원 진학 등 문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일
: 혼자 쓰되, 문학을 하고 싶은 사이에 자신을 위치하는 것은 시너지를 받는 것 같다. 글을 세상에 내보이고 토론하고 교류하면서 아이디어도 얻고 피드백으로 말미암아 성장도 한 것이 아닐까?
[경향신문]“현재 문학은 허용된 범위 안에서만 정치적 자유 누릴 뿐” (2012.01.15. 한윤정 기자)
신춘문예 2030 당선자 대담 (기사중 강화길 소설가 부분만 발췌)
새해 첫날 신문에 발표되는 신춘문예는 수많은 문학 지망생들의 꿈이다. 과거에 비해 등단 경로가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춘문예 당선은 여전히 문단 전체의 관심과 기대를 집중시키는 특별한 이벤트의 성격을 갖는다. 2000여명의 응모자 가운데 2012 경향 신춘문예 당선의 영광을 안은 최호빈(32·시), 강화길(25·단편소설), 이강진(23·문학평론)씨 등 세 명의 당선자를 만나 등단 준비과정, 신인 작가로서의 포부와 함께 우리 사회에 대한 희망을 들었다.
(중략)
등단하기까지
강화길 : 저 역시 고교 때부터 ‘백일장 키드’였다. 대학(전북대 국문과) 수업은 창작과 별로 관련이 없어서 혼자 쓰다가 합평 동아리에 들어가서 활동했다. 4학년 때 진로 결정을 앞두고 제대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6개월간 휴학하고 혼자 썼다. 막연했던 글쓰기가 집에 있으면서 구체적으로 변하게 됐다. 대학원(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 전문사)에 들어가면서 본격 습작이 시작됐다. 서사창작과라고 하면 글쓰기 기술을 가르친다고 오해하는데 학부 때처럼 혼자 쓰는 게 중요했다. 그걸 알고 나니까 더욱 진지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문학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고 대화하는 게 좋았다.
좋아하는 작가들
강화길 : 초등학생 때 2~3년간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에만 붙어 있었다. 번역문학·영상·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적 토대에서 자란 게 우리 세대의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작가라면 이언 매큐언, 윌리엄 포크너, 아고타 크리스토프, 오정희…. 누구에게 영향을 받았다기보다는 상호작용하면서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문학
강화길 : 대학원 진학을 위해 전주에서 서울로 왔을 때 공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지방에서는 할 수 없지만 서울에서는 할 수 있는 것들. 공간이란 게 내가 나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그런데 그런 공간을 선택하기보다 강요받는 게 현실이다. 공간이 인간을 규정한다는 생각이 내 안에서 불어나면서 등단작 ‘방’이 나왔다. 우리 삶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 그런 것이 만들어내는 관계와 감정을 그려보고 싶다.
한국사회에 바란다
강화길 : 세상에 대해 거창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만 가해자에 대한 보복심리만 판을 치고 피해자는 잊혀지는 세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악조건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봐야 한다. 같이 사는 세상이니까. 문학이란 건 지금 여기 있지만 저 멀리 있는 자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어렵게 들리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기본적인 것이고 그걸 잊지 않는 게 중요하다.
“현재 문학은 허용된 범위 안에서만 정치적 자유 누릴 뿐”
새해 첫날 신문에 발표되는 신춘문예는 수많은 문학 지망생들의 꿈이다. 과거에 비해 등단 경로가 다양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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